마마보이
link  관리자   2021-08-10

옛날 서울의 어머니들은 아들이 열 살만 되면 삼각산 백운대를 오르게 하여 그 정상의 아슬아슬한 뜀바위를 함성을 지르며
뛰어넘게 하여 고통과 위험과 겁을 이겨내는 정신력을 길러주었던 것이다.

문헌에 보면 안평대군도 이 백운대를 올라 뜀바위를 뛰어넘고 있고, 수양대군은 그 이웃에 있는 노적봉에 올라 담력을 기르
고 있다. 왕실에서는 과보호는 없었던 것 같다. 개성에는 천마산의 안돌이바위, 등돌이바위라는, 벼랑 위에 아슬아슬하게 얹
혀있는 두 바위를 안고 돌고 등대고 돎으로써 담력과 극기력을 기르는 풍습이 있었다.

여느 시골에도 극기민속이 꽤 다양하게 번져 있었다. 열 살만 되면 일종의 소년집회소랄 '애사랑'에 나갈 수 있는 자격을 얻
게 되는데 극기력을 시련받는 관문을 거치지 않고는 애사랑에 들여주지 않았다.

그 시련은 마을마다 달랐다. 피시련자의 한쪽 신발을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상여집 속에 숨겨두고 야반에 가서 찾아오
도록 시킨다. 밤중에 귀신이 득시거린다는 상여집 속에 들어간다는 것은 여간한 담력 없이는 불가능했던 것이다.

'매암춤'이란 시련도 있었다. 동구 밖 숲거리에 외줄기 동아줄을 매너놓고 그 줄을 잡고 늘어지게 하고는 마냥 돌려댄다. 돌려
댄 끝에 땅에 세웠을 때 비틀대지 않고 쓰러지지 않을 때까지 돌려댔던 것이다.

'거풍등고'라는 토속적인 가정교육도 있었다. 어머니가 누룽지를 허리춤에 싸매어주고는 인근의 높은 산에 등산을 시키고 정
상에 올라가 고추를 내놓고 오줌을 싸고 오라고 한다. 돌아오면 거풍을 했는지 안 했는지 고추를 보면 안다고 고추검사를 했
던 것이다.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인내의 싸움이랄 등산으로 어릴 때부터 극기력을 길러주었던 것이다. 인생의 한 고비를 열 살로 잡았
음은 서양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헤르만 헤세는 열 살만 되면 제 밥벌이를 시키는 유럽의 전통적 독립교육을 찬양한 글을 남기고 있고, 아이젠하워도 열 살 때
네가 벌어서 학교를 다니라는 아버지의 분부를 지키고 있다. 지금도 의무교육만 마치면 독립자활하는 것이 상식이요, 그렇지
않은 것이 예외에 속한다.

희랍신화에 아들딸 낳는 족족 뱃속에 다시 넣어 과보호하는 크로노스 신이 있다. 그래서 과보호를 크로노스 컴플레스라 하여
'문명붕괴의 문명병'으로 로마클럽이 경고하고 있다.

어쩌면 한반도가 가장 심한 환부가 아닌가 싶다. 그토록 극기 민속이 발달한 나라였는데 말이다.












이규태 코너 1984년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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